일상

이글루 만들기 (손으로 눌러서 만들수 있을 까?)

ZNOS 2021. 1. 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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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은 없을 것 같던 겨울에 소복이 쌓일 정도로 눈이 왔다. 
때마침 유튜브에서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특집을 보다가 "나도 이글루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기회가 온 것이다.  

 

 

집 주변에 이글루를 지을 수 있을 만한 넓은 곳을 찾았다. 대략 지름 1.5m의 이글루를 만들 계획이다.
먼저 바닥을 빗자루로 정리했다. 

 

 

나는 이글루를 빠르게 만들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이글루 검색시 가장 빠르게 만든 사람이 5시간 이었다. 그거보다 더 빨리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틀을 만들고 눈을 뿌리고 물을 뿌려 눈을 얼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그래서 우산으로 틀을 만들고, 비닐로 우산을 덮고, 눈을 뿌리고, 물을 뿌리기로 했다. 

 

 

이글루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물 공급이다. 눈을 뭉치기 위해선 물이 필요한데, 물 공급처가 너무 멀면 이동하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공중화장실이 근처에 있는지도 확인하고 자리를 잡았다. 물은 콸콸 잘 나왔다. 

 

 

계획대로 우산을 비닐로 감싸고 눈을 뿌렸다. 그리고 떠온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눈이 얼어서 훌륭한 이글루의 기초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생각은 헛된 생각이었다. 

 

 

먼저 우산은 틀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조금만 바람이 불면 날아가고, 눈이 많이 쌓이면 우산이 움푹 파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눈이 빨리 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눈이 얼음이 되기 위해선 낮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특히, 나처럼 눈에다 물을 뿌리고 단단해지기를 기다리는 방식을 쓰려면 매우매우매~~~~~~우 추운 환경에서야 가능한데 이날 눈은 많이 왔지만 기껐해야 영하 6도정도의 날씨였다. 물뿌렸다고 금방금방 어는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물을 뿌려 얼리는 방식은 포기하고 '압력'을 주어 얼음을 만드는 방법으로 바꿔야 했다.  

 

 

이 방법 역시 순탄치는 못했다. 정석적인 방법은 네모난 통에 눈와 물을 담아 꾹꾹 눌러주며 얼음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당연히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에 통에 담지 않고 눈을 누르는 방법을 선택했다. 네모나진 않아도 아랫쪽부터 두껍게 쌓아 올리다 보면 결국엔 벽이 만들어지고 이글루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간과했던 것은 나의 체력이었다. 단단한 눈을 만들기 위해선 온 힘을 다하여 압력을 주어야 하는데, 이는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또한 손목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통증도 찾아온다. 눈뭉치기를 몇시간동안 하다 보면 허리에 통증이 심하게 찾아온다. 

두번째 문제는 눈의 양이었다. 벽을 만들기 위해선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눈이 필요한데, 기껏해야 3cm 정도의 눈만 쌓였기 때문에 눈을 모으는 작업도 해야 했다. 때문에 1시간 정도 지나고 나선 반경 3m 정도의 눈은 모두 사용했기에 멀리서부터 눈을 쓸어오는 일을 해야했다. 굉장한 피로감을 주는 일이었다. 

 

 

 

결국 이글루는 완성하지 못하고 미끄럼틀을 타다가 끝이 났다. 하지만, 다음에 또 눈이 내린다면, 그땐 정석으로 틀에 눈을 담아 눈벽돌을 만들어 이글루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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